3시의 기록 2018. 12. 19. 12:50





몽이,

풀네임은 윤몽이 엘리자베스 3세다. 

농담처럼 뒤에 붙인 말이었는데 J씨께서 그대로 이름으로 삼아줬다. 물론 풀네임으로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몽이는 나의 랜선 강아지이다.

정말 웃긴건 나는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에게는 큰 애정을 보이고 의미를 두지만 한번도 강아지한테는 그런 의미를 둔 적이 없다. 그런 나의 첫 랜선강아지.


몽이는 친척이 키우던 강아지였다가 J에게 왔다. J에게 오게된 계기는 구조에 가까웠다. 몽이가 지내던 환경과 몽이의 상태는 꽤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혼자 밖에서 겨울을 지내며 털도 심하게 엉켜있었다. 심지어 예방접종도 맞다가 말아서 심장사상충도 감염되있는 상태였다. J네 가족들이 상황을 알고 병원을 데려가 치료 받게 하면서 여러 얘기 끝에 몽이는 J네 가족이 되었다. 



J가 본 윤몽이의 처음.

작은 숨을 내쉬던 몽이는 J 무릎에서 잘 정도로 사람을 좋아했다.





엉켜있는 털을 다 밀고 몽이는 아마 처음으로 이불 위에서 몸을 눕혔다. 이때까지 J네 집에 오는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J는 이 시기에 시발을 입에 달고 살았다. 두근두근 내인생에 나오는 엄마의 학창시절 별명이 시발공주인데 시발도 공주도 좋아하는 J이야 말로 진정한 시발공주라 할 수 있다. 저 작은 애가 추운 겨울을, 그리고 뜨거운 여름까지 밖에서 보냈을 생각하면 정말 시발이라는 표현이 맞다. 





윤몽이의 애착인형이라는 바나나.





내가 그린 윤몽이.

한창 그림에 끝을 못 보고 미완성으로만 둔 채로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일을 벌리려고 윤몽이 그려야지 하고 슥슥 그리다가 또 미완성으로 뒀다. 다른 그림 같으면 그대로 끝을 못봤을텐데 며칠 뒤 갑자기 번뜩 하면서 아 윤몽이 그려야지 하고 한개 완성, 그리고 그 과정을 한번 더 반복해서 완성한게 두번째 그림이다. 항상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리기 때문에 창작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동경했다. 동경하면서도, 아니 동경했기 때문에 나는 창작은 못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두번째 그림에서의 꽃은 '아 이렇게 옆에 꽃을 그리면 좋겠는데' 하고 며칠동안 고민하고 몇번 시도 하며 '와 나는 진짜 창작은 아니야!'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번뜩 꼭 완성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렸다. 처음 창작을 했다. 이런 얘기를 썼더니 A언니가 그랬다. "몽이가 뮤즈네" 누군가의 뮤즈가 되고 싶어했지 이런식으로 나의 뮤즈를 만날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산책준비 빨리하라며 닥달하는 윤몽이, 자기 혼자 가방에 들어가서 얼굴을 찌부시키고 있는게 왜 이리 웃긴지 사진을 받고 한참을 웃었다.

우비입은 윤몽이, 처음 산 우비는 물어뜯어서 찢었다며 슬퍼하던 J는 빠르게도 새 우비를 샀다. 저때 J였나 J언니가 셀프미용을 도전하다 눈 위 털을 잘못 자르는 바람에 눈썹이 생겼다. 그 부분의 털이 살짝 더 짧게 잘린게 음영지면서 눈썹처럼 보이는거였는데 사진에 따라 엄청 진하게 보일때도 있어서 진짜 웃기다. 이후로 J는 셀프미용을 도전하지 않는다. 눈썹 또 만들까봐 무섭다며.





필카 윤몽이

간식으로 유혹하며 찍어낸 사진들, 간식으로 유혹하랴 사진 찍으랴 힘들어 죽겠다며 투덜거렸는데 이정도 귀여움이면 그정도 감수해도 될것 같다. 저 사진들 뒤로는 J가 간식들고 '몽아 이거봐~ 간식~' 하면서 찍는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보여서 웃기다. 





몽이의 핫플은 신발장이다. 여름엔 더우니까 신발장이 타일이라 시원해서 저기 있나 했는데 지금 꽤나 선선해졌는데도 계속 신발장을 찾는다는거 보면 그냥 신발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여름에 더우니까 비싼 돈 주고 대리석 쿨매트도 사줬는데 계속 신발장을 찾았단다. 나중에서야 주인의 마음을 알았는지 대리석을 찾아와줬지만 지금까지 몽이의 핫플은 신발장이다. 친구집에 가서도 신발장에 누워있는 몽이가 난 가끔 걱정이다. 설마 누가 자길두고 나가는게 싫어서 나가더라도 나도 데려가라고 신발장에 있는걸까봐. 혼자가 익숙했던 몽이가 지금까지 혼자가 무서워 겁내고 있는거면 어쩌나 슬프다. 

저 윙크하는 몽이 사진이 내가 좋아하는 탑5안에 든다. 아니 탑3로 할래. 노란 원피스도 좋고 윙크도 좋다. 몽이는 표정이 다양해서 신기하다. 거의 사람 수준으로 표정이 다양해서 가끔 깜짝 놀란다. 사람이랑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다. 나의 87퍼센트의 표정이 무표정이기에. 몽이는 뭔가 마음에 안들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가 지금 쟤 마음에 안들어 하나봐 하고 맘대로 추측한다 하기엔 정말 누가봐도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강아지를 별로 안좋아하는 몽이가 (어릴때 혼자 지내다보니 사회성이 발달 못한거라고 한다) 강아지랑 있을때 심드렁한 표정을 하는거 보면 우리가 추측하는 감정과 표정이 꽤나 일치하고 있을 것 같다.

뿡뿡이 턱받이 싫다. J는 내가 저걸 뿡뿡이 턱받이라 하는걸 싫어하지만 뿡뿡이 턱받이인걸 어떻게 해. 저게 아마 곰순이 턱받이라 했나? 아무리 봐도 뿡뿡이 밖에 생각 안난다. 뿡뿡이 턱받이 한 몽이가 싫은거 아니고 그냥 저 턱받이가 촌스러워서 싫어한다.

나는 저렇게 팔 달린 동물 옷이 웃기고 좋다. 저러고 걸어다니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나중에 기타치는 강아지 옷 선물해야지.




겨울에 온 몽이는 이제 가을을 J와 보내게 되겠지. 몽이의 나이는 잘 모른단다. 그러니 몇번의 계절을 보내왔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있다면 혼자 보내온 계절보다 J와 보낸 계절이 더 많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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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썼던 몽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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