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죽음의 영화모임

<베이비 드라이버>

*이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로망, 내 최근 생긴 로망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쿨렐레를 잘치는것이다. 사실 잘칠 필요까지는 없고 딱 한곡 영화 코코에 나오는 remember me만 칠 줄 알면 된다. 코코는 본적도 없고 그 영화에서 내가 아는거라곤 remember me 그 노래 한곡 뿐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날 내 친구 J가 우리집에 놀러와 자고 간적이 있는데 그날 우리 둘은 밤새 컬러타일이라는 게임을 했다. 둘이 침대에 누워 아이패드로 색색의 타일을 콕콕 누르며 터트리고 있었다. 그러다 몇번을 신기록을 못낸채 게임에서 지면 노래를 바꿔틀곤 했는데 그때 J가 선곡한 곡이 코코의 remember me다. 경쾌하면서도 왠지 슬픈 그 노래를 그날 이후에도 몇번을 들었다.

크리스마스 이후 시간이 꽤 지나 여름이 되고, 어느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게되었다. 자신의 연인을 위해 부른 노래영상이었고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 감성에 취해서 우쿨렐레가 갖고싶어졌다. 원래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서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던 때였는데 요즘 시대에 초등학생들은 피아노보다는 영어학원에 가는듯 싶었다. 그 여파인지 동네 피아노 학원은 다 사라지고 집 근처에 있어서 한번 알아봐야지 생각했던 피아노 학원마저 사라지니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러면서 계속 마음에 떠올린거는 우쿨렐레! 고등학교 2학년 음악시간에 우쿨렐레를 배운적이 있었는데 작고 귀엽게 생긴것이 소리 또한 귀엽다. 어떻게 치는지는 다 까먹었지만 몇번 치고 싶어서 도전했었던 기타보다는 쉽다는건 기억난다.

머리 속에 우쿨렐레 생각만 가득한채 친구 C를 만나 실컷 떠들고 또 떠들면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C는 내 오랜 친구로 걔만 만나면 이상하게 들뜨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이상한 소리를 해도 잘 받아주고 잘 받아줄거란 믿음이 어딘가 있는듯 했다.

"우쿨렐레를 사고 싶어. 근데 엄마한테 말했더니 40만원짜리 헤드셋도 샀는데 뭐가 문제냐며 사라고 비꼬잖아~"

나는 그렇게 말했고 그 다음 C의 대답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사라고 했을것이다. 내 쓸때없는 소비에 태클을 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그 말에 들뜬 나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겠지. "우쿨렐레를 사서 코코의 remember me를 치는거야.", "그걸 치면서 거실을 돌아다니며 엄마한테 보여줘야지."

로망이란 신기한게 별거 아닌데 그게 마음에 박히면 그걸 생각만으로도 웃기고 즐겁다. 지하철에서 나는 C에게 내가 다 우쿨렐레 사서 remember me를 칠 수 있게 되면 같이 듀엣을 하자고 하며 엄청 웃었다. 

그렇게 이상한 계기로 나는 우쿨렐레로 remember me를 치며 거실을 돌아다니는 로망에 젖어서 살아가는 중이다.

 

베이비드라이버의 주인공 베이비는 차를 존-나 잘모는데 그 실력으로 절도범인 박사의 차를 훔쳤다가 비싼 장물이 들어있는지도 모른채 차를 팔아버린다. 그 모습을 일부러 두고 본 박사는 이후 베이비를 잡아다가 그 일로 생긴 손해액에 대해 따져 물으며 그걸 배상하기 위해 자신과 일하자고 한다. 그렇게 박사와 함께 일하며 돈을 갚아서 딱 한건만 더 하면 손을 털게 될 수 있게 되고, 그 마지막 한건을 끝내고 박사와의 인연은 끝난다. 그러던 중 베이비는 자신의 엄마가 일했던 음식집에 출근하는 데보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렇다 영화가 갈등이 없으면 영화가 아니지 않는가? 데보라와 함께 있는 베이비를 본 박사는 베이비에게 유혹과 협박을 하면서 자신과 계속 일하자고 한다. 데보라의 목숨을 걸고 협박하는 박사를 그냥 무시할 수 없었던 베이비는 다시 박사와 일하게 된다.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뻔해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전혀 뻔하지 않고 신선하다. 그리고 연출을 매-우 잘했다. 음악과 액션이 잘 버무려져있다. 배경음악의 박자대로 연기가 이어지고, 상황에서 나오는 효과음도 그 박자에 맞게 나올때가 많다. 주인공인 베이비가 과거 사고로 인해 청력에 문제가 생겨 이어폰을 계속 꽂고 노래를 들으며 다니는데. 베이비가 듣고 있는 노래를 관객들도 같이 들으며 진행된다. 심지어 영화가 엄청 섬세하다. 데보라와 대화하는 베이비가 오른쪽에만 이어폰을 끼고 있는데 헤드셋을 끼고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인 나한테 까지도 오른쪽에서만 작게 노래가 나오고 있다. 대사에서도 엄청 섬세한게 느껴진다. 베이비가 집에서 양아버지인 조셉과 티비를 보며 집에서 채널을 돌리는 장면에서 한 아이가 티비에 나와서 you are so beatiful~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화면이 잠깐 나오는데 그 대사를 뒤에서 베이비가 데보라에게 한다. 이것만보면 그게 뭐 겹치는거냐 할 수 있는데 여러번 채널을 돌리며 몬스터주식회사의 마이크와 설리가 나와 우린 한 팀이야 하는 대사가 뒤에 또 나오면서 "몬스터 주식회사 대사 그만 지껄여!" 하는 대사가 이어진다. 이 외의 장면에서도 앞에 나온 대사들이 뒤에서 또 나오며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섬세한 영화의 매우 큰 장점은 여러번 볼 수록 재밌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바로 그렇다.

색감도 잘썼다. 그리고 베이비의 능글맞은 대사와 표정이 아주 취향 저격이다. 연출, 색감, 음악, 세심함, 그리고 배우까지 너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만 딱딱 집어 너무 잘 만든 영화다. 

박사와 억지로 다시 일하게 된 베이비는 데보라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억지로 일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이런 대화를 한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런줄 알았어. 내가 원한 건 아냐"

"넌 뭘 원하는데, 베이비?"

"우리 둘이 20번 도로를 타고 비싼 차에 몸을 싣고 무작정 정처 없이 서쪽으로 달리고 싶어"

데보라와 첫 만남에서 데보라가 말한 로망을 베이비가 원하고 있었다. 데보라를 통해 눈뜬 베이비의 그 로망은 박사의 범죄 계획을 따르느라 점점 못 이룰것 같은 상황만 반복된다. 절도는 하되 사람을 헤치고 싶지 않았던 베이비는 절도를 하다 동료가 사람을 죽이자,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극에 닿는 심리상태가 된다. 쫒아오는 경찰을 보고 동료들은 어서 출발하자며 베이비를 재촉하지만 패닉상태의 베이비는 결국 그대로 앞으로 직진하여 앞에 트럭에 있는 철제물이 조수석에 있는 동료를 찔리게 하여 죽여버린다. 동료를 배신하고 겨우 도망쳐 나온 베이비는 데보라를 데리고 박사에게 가서 박사가 훔쳐오라한 물건을 줄테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박사는 베이비의 요구를 거절하는데 데보라가 와서 베이비에게 그만 가자는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이정도면 국경을 넘을 수 있을거라며 돈가방을 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서로만 믿고 다른 사람은 믿지마, 후회도 하지말고"
"나도 사랑을 한 적이 있었지"

그리고는 박사는 위험할걸 알면서도 베이비를 잡으러 온 사람들을 죽이며 베이비를 돕는다. 박사도 과거에 둘만 있으면 행복하고 모든것이 해결될것 같은 로망이 담긴 사랑을 했던 것일까? 베이비는 모든것을 버리고 데보라만을 데리고 도망친다. 그렇게 도망친 겨우 둘은 어느 한 도로를 달린다. 길게 놓여진 도로. 그 끝에는 경찰이 있다. 베이비는 선택을 해야했다. 그리고 베이비는 자수를 선택한다. 그리고 데보라에게 말한다. "이런건 너에게 안어울려"

베이비는 25년을 선고 받는다. 감옥에 간 베이비에게 데보라는 편지를 보낸다. 네가 감옥에서 나와 우리가 노래를 들으며 달리는 그 날을 기대한다고. 아무 계획도 소망도 없던 베이비가 데보라를 통해 로망을 꿈꾸게 된다. 이런 로망들은 사람을 계속 살고 싶게 능력이있다. 절망의 순간들 속에서도 그걸 이루기까지는 살게 만드니까. 베이비와 데보라같은 운명적 사랑은 어렵더라도 로망을 만드는건 쉽지 않은가. remember me를 부르며 우쿨렐레를 치는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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