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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미혼의 삶과 마흔의 삶, 그 두가지의 삶의 방식을 얘기해주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어릴때부터 종종 친구들과 얘기했던 약속이 있다. 나중에 크면 건물 하나를 사서 같이 살자고, 같은 집은 아니더라도 같은 건물에서 모여서 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고등학생까지도 그런 약속을 했던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 이제 그런 약속은 뚝 끊겨버렸다. 성인이 되고 너무 느껴버린것이다. 같이 산다는 것도, 같은 건물에 산다는 것도, 그냥 나 하나 누울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자체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아직 그런 생활을 혼자서라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나한테 이 책은 나에게 아직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준 책이랄까. 너무나도 내가 꿈꾸는 이상의 생활들을 담아놓은 책이었다. 


나는 늙는것이 너무 무섭다. 이유가 있다면, 내가 목표했던 삶은 20대에서 계획이 끝나버렸기에 30대 그리고 40대의 삶이 무계획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전혀 계획대로 살지 않고 지금의 생활도 내가 10대때 한 계획과는 전혀 다르지만 쫄보인 나에게는 어느정도의 계획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20대의 삶을 엄청나게 크게 생각하고 30살이 되는 순간 폭삭 늙어서 모든 기회는 사라져버린 것처럼 말한다. 20대가 열정, 용기, 도전의 아이콘이라면 30대가 되는 순간 그 아이콘은 절대 손대지 말아야하고 손대는 순간 이미 늙은 몸이기에 허리라도 뿌러져버릴것 처럼 말한다. 최근에 무섭다는 마음이 줄어들었는데 내가 두려워한 30대 그리고 40대 나이의 여성들이 이 나이가 되어도 괜찮다 그리고 더 나이가 먹은 자신의 모습이 기대된다 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이 나의 꿈꾸는 이상을 현실적인 방법으로 실현하고서 40대의 나이가 두렵지 않고 이렇게 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두명으로 황선우 작가님과 김하나 작가님이다. 두분은 같은 부산 출신 그리고 40대의 나이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같은 대학을 나왔다고 들으면 엄청 오래 알고 지낸 사이 같은데 사실 그렇지도 않다. 김하나 작가님이 황선우 작가님을 트위터계정을 팔로우하면서 6년간 인연을 이어오다가 같이 살게 된것이다. 6년이라 생각하면 긴것 같으면서도 겹쳐들어가는 동선을 생각하면 왜 그때서야 서로 알게된걸까 하는 신기함이 있다. 처음 같이 살자고 꼬신거는 김하나 작가님이었다. 김하나 작가님의 친구 김민철씨의 집을 보고 여기다! 하고 느꼈고, 그길로 황선우 작가님을 꼬셔 여러 문제들을 거쳐 그 아파트에 같이 살게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나의 로망은 충분히 실현시켰는데 이 책은 이것보다 더 매력넘치는 점들이 있다. 이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다. 말 그대로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 다 같이 잘 모이기도 하고 망원스포츠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주 모여 술을 마시기도 하고, 파티를 하기도 하고, 서로의 고양이를 돌봐주기도 한다. 또 햇빛이 잘드는 거실, 그 거실에는 테이블이 있고 두 작가님들은 그 곳에서 같이 작업을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각자 서울 생활을 하며 키우던 고양이가 두마리씩 있어 이 집에는 총 4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계속 나열할 수 있을정도로 이 두분의 삶 속에 내 로망들이 꾹꾹 눌러 담겨있었고 닮고싶은 것들이 많다. 나의 40대도 이렇게 될 수 있길. 다행이다. 40까지는 무섭지 않게 됐다.